그래야겠어요. 이젠 어차피 별로 신경 쓰시지 않는 것 같지만요.(웃음) 배우가 너무 강해서 신을 무너지게 된다는 말을 하셨는데요. 가끔 이런 경우가 있잖아요? 배우가 너무 강해서 영화를 보면 영화가 보이는 게 아니라 배우만 보인다던지 하는. 이런 경우를 볼 때면 이게 과연 그 작품에 좋은 일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작품에게 별로 좋은 일이 아닐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런 일은 많이 일어나죠. 에디터로서 하는 일 중 가장 재미있는 일은 연기를 만들어 내는 일이에요. 편집실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잘 조직하고, 다듬는 일은 정말 재미있어요.
어제 기사를 읽었는데 이런 말이 있었어요. 작품상은 제작자가 받잖아요. 그런데, 그 기사는 감독과 에디터야 말로 최종적으로 영화를 완성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제작자와 함께 작품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더군요.
어떤 감독들은 정말 좋은 에디터이기도 해요. 나와 오랫동안 함께 일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은 정말 좋은 에디터예요. 그와 함께 일할 때면 내가 그에게 편집에 대해 뭔가를 가르친다거나 하는 느낌이 전혀 없죠. 우린 서로의 능력을 향상하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편집 과정을 좋아하지 않거나 편집실에 오고 싶어 하지 않는 감독들도 있어요. 사람이 다 다르 듯, 감독들마다 다 달라요.
감독들 중에 에디터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간혹 있잖아요. 그런 감독과 일한 적이 있었는데 무척 긴장되더라고요. 좀 불편하고 말이에요.
그래요? 전 에디터로 일해 본 감독과 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감독과 일하면 훨씬 빠르죠. 에디터로 일해 봤기 때문에 내가 뭘 하는지, 뭘 하려고 하는지를 이해하는 거죠. 아, 그렇기 때문에 감독을 속이거나 하는 일은 할 수 없겠네요.
맞아요. 바로 그 점 때문에 전 더 긴장하게 돼요. 제가 뭘 하는지 알기 때문에, 제가 하게 되는 작은 실수 같은 것도 다 알 거라는 불안함이죠.
맞아요. 그건 그렇네요. 하지만, 그들이 에디터가 뭘 하는지 아는 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게 확실해요. 편집 과정을 알고 있으면 굳이 뭘 설명할 것도 없이 진행이 쉽죠. 또, 편집은 시간이 걸리는 과정인데,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감독은 금세 참을성을 잃게 돼요. 이렇게 되면 당연히 일하기 불편해지죠.
예를 들어 이런 거예요. 난 편집할 때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길 즐겨요. 정말 많은 다른 방식으로 했는데, 이럴 땐 혼자 일하는 게 좋아요. 혼자서 이렇게 해보고, 아닌데? 그러면 또 이렇게 해보죠. 이렇게 많은 길을 시도해 보는데, 이럴 땐 등 뒤 소파에 아무도 앉아있지 않는 게 편하죠.
혼자 일하시는 걸 즐기세요?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작품을 많이 하시는데, 그와의 작업도 그런 식인 가요?
아니에요. 모든 작품은 다르죠. 방금 말한 건 다른 사람이 작업한 영화를 후에 내가 투입되어서 재편집해야 하는 경우예요. 알렉산더 페인과의 작업은 달라요.
그와의 작업하는 방식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많이 바뀌어서, 현재는 그와 내가 함께 에디터스 컷editor’s cut과 첫 번째 디렉터스 컷first director’s cut이 혼합된 편집본을 만드는 방식으로 정착되었어요. 모든 데일리스를 함께 보는 것부터 시작해요. 페인 감독은 촬영 기간 동안 데일리스를 보지 않아요. 하지만, 그는 기억력이 아주 좋아서 찍은 것들을 다 기억해요. 그래서, 촬영이 끝나면 그것들에서 잠깐 멀리 떨어져 지내죠. 그러다 편집이 시작되면 나와 함게 데일리스를 모두 다시 보는 거예요.
대체로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 리딩을 뽑고, 그것으로 전체적인 모양을 만들어 나아가는 작업을 해요. 이 단계에선 아직 컷을 너무 많이 나누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되도록이면 연기를 살리고, 중간에 끊지 않으려고 하죠. 여러 번 말하지만, 연기에 중점을 두는 게 참 중요해요. 이게 나와 페인 감독이 일하는 방식이에요. 그는 편집실에 있는 걸 정말 즐기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 같이 들리는 걸요?
맞아요. 오래 걸리죠.
스튜디오가 허락하니까 가능하겠죠?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기 때문에 허락해주죠. 그가 지금보다 젊었을 땐 스튜디오가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 용납하지 않았아요. 하지만, <일렉션>이 성공을 거두자, 다음 영화인 <어바웃 슈미트> 때부터 페인 감독이 최종 편집권을 갖게 되었죠. 알다시피, 이건 아주 큰 의미를 가져요. 그때부터 지금의 방식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대체로 편집을 시작하고 10주 정도가 지나면 스튜디오에 두 주가 더 필요하다고 전화를 걸죠. 십중팔구 전혀 문제없다는 대답이 돌아와요. 그들도 페인 감독이 아무 이유 없이 그 시간을 요구하는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다운사이징>은 예외였지만, 페인 감독의 영화는 모두 제작비가 비싸지 않고, 그런 낮은 제작비에 대비해서 수입을 많이 올렸죠. 그리고, 그는 언제나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해요. 그러니 모두 그를 믿는 거죠.
그렇군요. 그렇다면, 에디터스 컷은 따로 없는 건가요?
에디터스 컷을 하긴 해요. 거칠게나마 신들을 편집하죠. 그와 작업할 때면 그걸 반드시 쓰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푸티지를 미리 내 머릿속에 넣어두는 데 도움이 돼요. 어차피 페인 감독과 함께 데일리스를 처음부터 모두 다시 보고 작업을 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에디터스 컷에 대한 부담은 훨씬 적죠. 그리고 이 편집본을 그와 함께 보긴 해요. 보다가 마음에 드는 방식이 나오면, “아, 저런 방식으로 편집했군요. 좋은데요? 저렇게 하죠”라고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둘은 처음부터 시작해요.
당신과 페인 감독이 함께 글을 쓰는 듯한 느낌이네요.
맞아요. 페인 감독도 늘 편집은 시나리오를 최종적으로 퇴고하는 과정이라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