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호의 주인공은 <프라미싱 영 우먼Promising Young Woman>의 프레드릭 토라발Frederic Thoraval입니다. 프레드릭 토라발이라는 이름은 일반 관객에게 친숙한 이름이 아닙니다. 하긴, 제가 이 뉴스레터를 통해서 소개하는 대부분의 에디터들이 일반 관객에게 친숙한 이름이 아닐 터입니다. 하지만, <13구역13th District>나 <테이큰Taken>이라는 제목을 들으면 '아하!' 하실 분이 많지 않을까요? <프라미싱 영 우먼>으로 그는 작년 아카데미는 물론, 미국 에디터 단체인 ACEAmerican Cinema Editors에서 시상하는 EDDIE Awards 코미디 부문에서 최우수 편집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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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을 시작하기 전 크리에이티브한 부분에서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감독과 인터뷰를 보긴 했는데 그저 영화에 대해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었습니다. 우린 금세 마음이 통했고, 그녀는 이번 작품에 관련한 부분에선 아주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나리오와 함께 제게 아주 세세한 점들이 담긴 무드 보드mood board를 주었습니다. 그 안엔 비주얼 레퍼런스는 물론 노래 리스트도 담겨 있었습니다. 작품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그녀의 비전을 정확하고 강력하게 전달해 주었습니다.
당신 에이전트나 감독의 에이전트가 당신의 전작 중 하나인 <아이 엠 마더Peppermint> 때문에 당신을 이 영화에 연결시켰다고 생각하세요? 그 영화와 <프라미싱 영 우먼>은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지 않나요?
저도 알고 싶네요. 하지만 그 이유 때문은 아닐 것 같습니다. <프라미싱 영 우먼>은 다른 영화와는 좀 다른 복수극입니다. 대부분의 복수극에선 주인공과 아주 가까운 사람의 살해나 납치 같은 트라우마를 일으킬 만한 사건이 일어나고, 이것이 주인공이 복수에 나서는 방아쇠가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프라미싱 영 우먼>에선 관객이 캐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 채 이야기가 흐르다 천천히 조금씩 캐리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됩니다.
왜 에메랄드 감독이 저에게 관심을 가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가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를 다뤄봤기 때문일까요? 전 스릴러, 공포, 작가 영화, 그리고 심지어 코미디도 했거든요. 전 특별한 장르에 특화되었다는 평을 받고 싶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많은 사람들이 에디터들에게 그런 일종의 딱지를 붙이죠. 하지만, 전 에디터로서 여러 다른 영화를 편집하고, 그것들로부터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난 영화들을 통해서 배운 것을 토대로 지금의 영화를 편집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건 즐거운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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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되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영화는 10분 정도 로맨틱 코미디가 됩니다. 여러 장르와 톤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가는데, 이런 톤의 변화를 어떻게 다루었나요?
영화는 아담 브로디 캐릭터와 함께 차 안에서 로맨틱 코미디 느낌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이게 호러 영화의 느낌으로 변하고, 라이언이 등장하면서 다시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가죠. 그러다 매디슨이 등장하면서 스릴러의 요소가 들어옵니다. 이렇듯 에메랄드 감독은 영화 전체에 걸쳐 여러 장르를 계속 오갑니다.
모든 톤과 장르는 시나리오에 이미 다 들어있습니다. 각 섹션들이 명료하게 나뉘어 있죠. 스릴러와 같은 매디슨이 등장하는 신은 물론, 술에 잔뜩 취해 보였던 캐리가 갑자기 정신 말짱하게 눈을 뜨고 일어나는 아담 브로디와 신에선 음악이 천천히 흐리기 시작하면서 호러 영화가 되죠. 이런 모든 것들이 시나리오에 이미 명료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관객이 캐시와 가깝게 느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캐시를 감정의 나침반으로 삼는 것만이 톤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만드는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관객이 캐시와 자신을 가깝게 느낄 때 이야기가 흐르면서 캐시가 느끼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함께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영화에 나오는 노래가 편집과 스토리에 어떤 중요함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주겠어요?
에메랄드 감독이 시나리오와 플레이리스트에서 언급했던 많은 음악이 결국 실제 영화에도 쓰였습니다. 그 노래들은 마치 영화의 DNA와 같았습니다. ‘톡식Toxic’은 플레이리스트에 두 번 있었고, 패리스 힐튼의 노래, 바그너 음악, 왕과 나까지 모두요. 이 모든 음악들은 캐시를 이해하는 데 무척 중요했습니다. 모든 노래가 그 순간 캐리의 마음을 반영하거든요. 이 음악들이 없었다면 영화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 되었을 겁니다.
음악이 매우 다른 두 신을 연결하기 위해서 쓰이는 다른 영화와는 달리, 이 작품에선 이미 넣기로 한 노래가 나오는 순간까지 어떻게 이끌고 가느냐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편집을 함으로써 영화가 최대한 잘 흐르게 할 수 있었죠.
사운드 슈퍼바이저와 편집 초반부터 가깝게 협업했습니다. 음악이 시점에 따라 변하는 걸 표현하기 위해 그에 맞는 플러그인을 썼습니다. 같은 노래가 한 공간에서 나오다가 다른 공간에서 나오는 것처럼 들리게 함으로써, 말하자면 커피샾에서 나오던 노래가 캐시 침실의 컴퓨터에서 흘러나오게 하는 식으로 두 신을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혹은 이런 것도 있습니다. 캐시가 학장을 만나고 나와 차 안에 있을 때입니다. 먹먹한 느낌으로 나오던 음악이 신이 펼쳐지고 있는 장소, 그러니까 캐시의 차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로 변합니다. 그러던 게 다른 차에 있던 남자가 캐시에게 욕을 퍼붓고 그로 인해 캐시가 정신을 차리는데, 그 순간 마치 캐시의 기분을 반영하듯 스코어full score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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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이 영화에 등장할 때부터 마치 챕터 숫자를 의미하는 듯한 로마 숫자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이미 포함되어 있던 부분인가요?
아니요, 시나리오엔 없었고, 후에 편집을 하는 과정에서 감독이 제안한 부분입니다. 캐리가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관객에게 어떻게 알릴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캐시는 계속 관객이 그전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인물을 만나고, 이 인물 중 대부분은 그 후로 다시 등장하지 않습니다. 각 숫자는 관객에게 캐시의 계획 중 새로운 단계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주어 마치 챕터처럼 작용하여 전체 구조를 만드는 데 일조합니다. 하지만, 제가 에메랄드 감독이 참 좋은 생각을 했다고 느끼는 건 이게 단순히 챕터 구조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테니 안 할게요.
에메랄드 감독과 일하면서 좋았던 또 한 가지는 제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바로 퍼스트 컷을 할 때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단 거죠. 마치 탁구처럼 제가 하는 게 비록 그녀가 생각했던 게 아니더라도, 그걸 통해 에메랄드 감독이 어떤 아이디어를 얻고, 그걸 함께 해보고…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하는 겁니다.
이게 우리가 이 작품을 편집하면서 내내 유지했던 방식입니다. 에메랄드 감독은 제가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볼 수 있도록, 행여 그게 결국엔 제대로 된 게 아닐지라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런 시도들이 결국 또 다른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는 방아쇠가 되어서 좋은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거든요.
실패하는 게 중요하죠. 단순히 어떤 편집을 감독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전체 작업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맞아요. 우리 직업의 흥미로운 점은 실수를 하고 그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과정에 있습니다. 전 언제나 어떤 편집이 영화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영화가 스스로 그것을 밀어낸다고 믿습니다. 모든 과정이 마치 유기체처럼 움직입니다. 영화에 맞지 않는 뭔가를 지나치게 집어넣으려 하면 그게 틀렸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땐 감독이 원하는 정확한 모습을 갖추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론 촬영 기간엔 감독과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하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의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걸 즐깁니다. 말하자면, 그 순간이 제 놀이터 같은 겁니다. 이것저것 해보고, 감독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 모든 게 결국엔 둘 모두의 비전을 완성하는 가장 좋은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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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싱pacing에 있어서 참 흥미로운 지점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캐시가 총각파티에 가기 위해 준비하는 부분입니다. 캐시가 메이크업을 하는 부분을 점프 컷으로 보여 준 후, 이어서 총각파티 장소인 오두막으로 걸어가는 장면을 하나의 롱테이크로 보여줍니다.
차 안에서 메이크업을 하는 부분과 오두막까지 걸어가는 긴 과정 사이에 어떻게 밸런스를 잡을지에 대해서 고민했습니다. 캐시가 차 안에서 립스틱을 바르고 가발을 쓰는 부분에서 관객과 캐시 사이의 연결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후 캐시가 오두막까지 한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의 에너지를 유지할 필요도 있었는데, 점프 컷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패리스 힐튼 노래와 함께 펼쳐지는 몽타주 시퀀스 전에 좀 더 느리고 슬픈 몽타주가 있습니다. 속도를 이렇게 느리게 했다가 다시 빠르게 하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주겠어요?
그걸 설명하기 위해선 슈퍼마켓 신과 음악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 합니다. 영화에 쓰인 음악 중 많은 것들은 촬영 전에 이미 결정되었었고, 스토리 상으로 매우 중요했습니다. 만일 영화에서 그 음악들을 뺀다면 더 이상 그건 지금과 같은 영화가 아닙니다. 슈퍼마켓/러브 몽타주 신에서 패리스 힐튼의 “Stars are blind”가 쓰였습니다. 라이언과 캐시는 커피숖에서 막 첫 키스를 했고, 관객은 이제 캐시가 라이언과 가질 수도 있었을 멋진 미래를 보게 됩니다. 여기에서 관객은 그 둘의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이라면 첫 키스에서 슈퍼마켓 신까지 하나의 스코어Score가 이어지고, 코미디 톤으로 변했다가 러브 몽타주에서 스코어로 변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라면 이 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진짜 성격, 그러니까 라이언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결국 둘이 같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는 이때 캐시가 라이언에게 완전히 빠지는 순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일에 실패하게 될 겁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어떤 식으로 그 노래가 나오는 순간에 다다를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 순간에 이르는 정당성을 충분히 부여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할 수 없었습니다.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두 가지가 부족했어요. 키스신으로의 트랜지션과 슈퍼마켓으로의 트랜지션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그간 쓰지 않았던 신들을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들을 이용해서 캐시가 외롭고 슬픈 순간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신들이 있음으로 인해 라이언이 커피샾에 돌아와 캐시에게 키스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이 덕분에 다음 신으로의 트랜지션은 물론 패리스 힐튼의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으로 들어가는 게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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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신은 영화의 중심 주제 중의 하나를 다루는 아주 중요한 신입니다. 이 신을 편집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이 시퀀스가 제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가장 좋아했던 부분 중 하나입니다. 아주 파워풀하고 영화에서 다루는 주제가 종합적으로 나타나는 순간이죠. 이 작품에서 제가 좋아하는 점은 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겁니다. 관객들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천천히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이해하기 시작하죠. 오두막 신인 훌륭한 건 그동안 제기되었던 수많은 질문에 대한 모든 답들이 너무도 끔찍한 순간에 제시된다는 점입니다.
감독은 이 신에 대해 아주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언급했던 그녀가 스태프들에게 준 무드 보드엔 이 신에 대한 아주 명확한 계획이 이미 담겨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편집을 하면서 구조를 변경하고 신의 위치를 이리저리 옮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신이 확실한 계획 하에 자기 자리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명확하게 지어진 창조적인 한계 속에서 캐시와의 감정적 교류를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이 이 작품에서 중요한 점이었습니다.
바로 그게 제가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느꼈던 점 중 하나입니다. 영화에 기름기, 그러니까 쓸데없는 신이나 필요 없는 설명을 위한 신이 없습니다.
이 영화는 겨우 3주의 프리 프로덕션을 거쳐 23일 만에 촬영되었습니다. 편집실로 매일 새 신이 전달되어 왔습니다. 이야기는 물론 음악과 노래가 이 영화의 DNA를 구성했습니다. 그중 어느 하나도 뺄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그건 더 이상 같은 영화가 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제대로 다루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에메랄드 감독의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이 모든 걸 사용했습니다.
이 영화는 바로 지금 우리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를 다루는, 동시대의 관객들을 위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 사용된 모든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건 필수적이었습니다. 영화에 참여한 모든 팀이 같은 목표를 향해 일했다는 건 명백합니다. 에메랄드 감독이 대단한 건, 그녀가 시나리오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그 자체로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감독에게 얼마나 자주 편집본을 보여주었나요?
편집된 신들을 정기적으로 보내주어서 그녀가 편집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감독과 에디터는 긴밀하게 일을 해왔습니다. 에디터로서 스토리텔링에 어떤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제가 산파라고 생각합니다. 돕기 위해 여기 있는 거죠. 아홉 달 동안 감독이 영화를 출산할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아주 중요하고 조심스러운 기간입니다. 이 기간 동안 전 감독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으려 노력합니다. 감독이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최대한 이해하려고 합니다. 전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길 원합니다. 그리고 그게 에메랄드 감독과 일하면서 일어난 일이죠. 동시에 전 많은 다른 종류의 영화와 문화 속에서 일하길 원해요. 언제나 뭔가 배울 것이 있거든요. 해리슨 포드는 지금까지 제가 들었던 어떤 설명보다도 가장 편집에 대한 크리에이티브한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영화가 너에게 뭘 해야 할지 알려준다.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마라. 영화가 너에게 틀렸다가 알려줄 것이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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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프라미싱 영 우먼>의 비하인드 더 신 영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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