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에디터스]의 주인공은 넷플릭스를 통해 지난 1월에 공개 되어 인기를 얻고 있는 <돈 룩 업Don't Look Up>의 에디터인 행크 코윈Hank Corwin입니다.
행크 코윈이라는 이름은 생소할지 모르지만, 그가 편집한 영화들을 거론하면 많은 분들이 무릎을 치실 겁니다. 먼저, <돈 룩 업>은 행크 코윈이 아담 맥케이 감독과 함께 <빅쇼트The Big Short>와 <바이스Vice>에 이어 세 번째 작업한 영화입니다. 코윈은 이외에도 올리버 스톤 감독의 <JFK> <올리버 스톤의 킬러Natural Born Killers>, 테렌스 맬릭 감독의 <뉴 월드The New World>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 그리고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베가번스의 전설The Legend of Bagger Vance>와 같은 영화에 참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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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이 영화에 참여하기 시작했죠?
2020년 11월부터 데일리스Dailies를 받기 시작했어요. 촬영팀은 보스턴에서 촬영 중이었고, 전 캘리포니아에 있는 우리 집 창고에서 편집을 시작했죠. 코로나가 한창일 때였거든요. 아내와 우리 집 개 이외에는 사람들과 전혀 접촉이 없었을 때입니다.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계속 바뀌었어요. 세상이 점점 어처구니없게 되어가고 있었거든요. 처음 시나리오는 결국 하나의 청사진 같은 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지구를 뒤흔드는 아주 커다란 사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보통 커다란 망원경의 외관 모습 같은 큰 샷과 함께 시작하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당신은 반대로 아주 작게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상상할 수 없이 커다란 재난에 관한 이야기지만 주전자의 끓는 물소리로 시작하죠. 그다음에 그 물이 컵에 부어지는 작은 샷으로 이어져요. 전 이런 친밀감을 사랑합니다.
영화 시작에 음악이 없고 그저 효과음뿐입니다.
게다가 시작할 때조차 미처 알아차리기 못하게 시작하죠. 전 음악에 의해서 관객이 어떤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길 원하지 않아요. 음악을 영상의 일부로서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나사NASA에 전화를 걸어 정부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알게 될 즈음 당신은 이 영화에서 처음 점프 컷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또 플래시 포워드Flash Forward와 플래시백Flashback 역시 사용하는데, 이런 결정을 한 이유가 있을까요?
관객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이 지점까지는 편집적으로 거의 고전적인 형태를 유지했다면, 여기서는 그런 걸 흔들고 싶었달까요? 제 생각에 요즘 관객들은 어떤 씬을 다른 시간대나 다른 현실 속에서 보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충분히 성숙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이렇게 함으로써 이야기를 빨리 전개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긴장감과 불안감을 한층 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죠. 영화의 마지막 20분은 무척 명상적이고, 아름답고, 또 무섭습니다. 이 효과가 확실하게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 그전까지 불안함을 쌓는 게 필요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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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scene들 사이의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대화나 노래를 도중에 갑자기 중단hard cut하고 다음 신으로 넘어가는 선택들을 보여줍니다. 인물이 생각이나 대사를 끝낼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끝내버리는 거죠.
전통적으로 신은 시작, 중간, 그리고 끝이 있죠. 그런데, 난 많은 경우 시작이나 끝이 필요 없다고 느껴요. 마치 우리 실제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말입니다. 당신이 지금 어느 방에 들어섰어요. 사람들이 대화하고 있죠. 혹은 그 방에서 나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그 대화에 시작이나 끝을 몰라요. 하지만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죠. 심지어는 다시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 해요. 뭔가를 놓친 게 아닌가 싶거든요. 전 이게 신을 앞으로 진행시키는 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카프리오가 맡은 캐릭터, 제니퍼 로렌스가 맡은 캐릭터, 그리고 두 명의 다른 인물이 백악관에서 대통령의 결정을 기다리는 신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이 신을 보면 어떤 에디터든지 이런 질문을 할 거 같아요. “왜 이렇게 신을 길게 늘였지?” 긴장감을 올리기 위해서 이런 결정을 하셨다고 하는데요. 언제 충분하고, 언제 지나치다는 걸 어떻게 아시나요?
맥케이 감독은 원래 이 신을 아주 길게 하길 바랐어요. 그래서 제가 그건 지겨워질 거라 했죠. 그랬더니 그는 관객이 지루함을 느끼길 바란다고 하더군요. 전 그건 올바른 지겨움이 아니라는 걸 설명하려고 했어요. 아무튼, 일단은 그가 원하는 대로 아주 길게 그 신을 편집했고, 역시나 지루했죠. 그는 자기 원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이해했어요. 그래서 우린 함께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 의논은 어떻게 촬영을 했고, 어떻게 배우들이 애드리브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감독은 배우들에게 많은 자유를 줬어요. 물론, 시나리오에 있는 내용은 기본적으로 다 커버를 했죠.
예를 들어, 첫 번째 백악관 신을 봅시다. 이 훌륭한 배우들이 한 방에서 이틀 동안 연기를 하고, 네 대에서 여섯 대의 카메라가 이들을 촬영합니다. 이걸 가지고 우린 신을 너무 가벼워서 심지어는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만들 수도, 혹은 아주 어둡게 만들 수도 있어요.
같은 시나리오, 같은 배우이지만 다른 톤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죠?
맞아요. 적절한 톤을 만들어 내는 게 이 영화를 편집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었어요. 영화 끝까지 가보기 전엔 이 톤이 맞는지 어떤지 알 수 없었거든요. 그야말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 되었죠.
맥케이 감독이 테이크를 고르는 기준은 뭐죠?
그는 모든 액션이 진실되고 믿을만 하게 보이길 원합니다. 아무리 좋은 연기라 하더라도 영화 전체의 흐름에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버립니다. 듣기엔 쉬울지 모르지만 이걸 쉽게 하는 감독과는 한 번도 일해 본 적이 없습니다. 맥케이 감독 덕분에 난 훨씬 더 나은 에디터가 되었습니다. 난 보통 하나에 꽂히면 집착하게 되거든요. 너무 감정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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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인 시각을 넘나드는 편집이 무척 좋았습니다. 영화 초반에 제니퍼 로렌스가 맡은 배역이 책상에 앉아있는 장면이 있어요. 그녀의 컴퓨터 모니터, 컵 속에 있는 티백의 클로즈 업을 본 후 그녀가 우탕 클랜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넘어가죠.
그 신은 영화에서 제니퍼의 캐릭터가 유일하게 즐거움을 느끼는 신입니다. 즐거움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손동작, 누군가를 바라보는 방법, 등 근육의 움직임 등. 전 그런 샷들을 콜라주처럼 묶길 바랐어요. 전통적인 영화 편집 문법과는 조금 다르지만, 매우 진실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생각하는 진정성 있는 행동이 뭔지 보여줄 수 있는 거죠. 반드시 관객을 위한 편집이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한 편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탁 푸티지Stock Footage와 야생 동물 자료화면을 사용할 것을 처음부터 계획했었나요?
네,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소통, 진실, 그리고 전정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자칫 너무 시니컬해질 수 있다는 거였죠. 내게 최종적인 진실인 자연 상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걸 보세요. 거기엔 어떤 다른 해석을 할 게 없습니다. 벌이 꽃가루를 모으는 건 그냥 그거예요. 영화에 벌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들과 반대되는 이런 이미지가 필요했어요.
관객들이 야생 동물 자료화면을 해석하진 않겠지만, 이 샷들이 함께 놓이면 결국 그것들에 어떤 내러티브를 주게 되는 게 아닐까요? 예를 들어, 영화에 보면 소행성, 파도, 파충류, 벌새,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로 이어지는 시퀀스가 있죠.
여러 다른 방식으로 조합될 수 있겠지만, 결국 그건 그저 꿀을 모으는 벌새일 뿐입니다.
필름으로 편집할 땐 지금처럼 디지털로 편집할 때 보다 매 컷 보다 확실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로 편집할 땐 필름 때 보다 아무 문제없이 바꿨던 편집을 다시 원래대로 고칠 수 있죠.
필름으로 편집할 때 켐 롤KEM roll(촬영한 모든 푸티지를 하나로 모두 이어 붙여서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만들어서 계속 보고 보고 또 봤죠. 이 방법을 지금도 쓰고 있어요. 필름으로 편집하지 않았던 에디터들은 거의 이 방법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신, 테이크 하나 보고, 다음 테이크, 그리고 또 다음 테이크를 보는 식으로 하죠. 때로 정말 중요한 건 실수에서 찾을 수 있어요. 배우들이 카메라가 자기를 찍고 있는지 모르고 있을 때 포착되는 그런 인간성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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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을 편집하면서 어떤 점이 당신에게 가장 도전이었나요?
영화의 톤이었습니다. 결정된 게 없이 계속 변했죠. 전 이 영화를 코미디가 아니라 비극으로 봤어요. 맥케이 감독이 촬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전 아름다운 오페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평생 편집하고 싶던 그런 오페라 말이에요. 모든 에디터들은 그런 오페라 하나쯤을 가슴에 품고 있어요. 영화의 마지막 20분을 보세요. 전 영화 전체를 그 톤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엄청난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는 톤으로요.
만일 정말 영화를 그렇게 만들었다면 아마 이렇게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맥케이 감독은 좀 더 톤의 밸런스를 맞추고 싶어 했어요. 코미디이지만 모든 게 다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느껴지기 바랐어요. 그는 계속 코미디를 좀 더 약하게 하라고 요구했죠.
하나하나가 발견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감독과 함께 작업을 하고 어떨 때 보면 영화 전체가 진짜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야기 전체에 걸쳐 코미디가 너무 지나치거나 슬픔이 너무 지나쳤죠. 전 언제나 서브텍스트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데, 이 영화는 제 그런 방식에 있어서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엔 영화를 매우 감정적이면서도 신랄한 이야기로 만들길 바랐고, 제 생각엔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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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워드 시즌을 맞이하여 넷플릭스가 <돈 룩 업>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여러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중에서 코윈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씬을 소개한 영상을 아래에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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