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에디터스] 주인공은 앤 V. 코아츠Anne V. Coates입니다. 모든 에디터들에게 존경받는 분입니다. 안타깝게도 지난 2018년에 9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저는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주변 많은 동료들이 슬픔을 표했던 게 기억납니다.
그녀는 1963년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로 아카데미 편집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를 공부할 때, 특히 편집을 공부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영화입니다. 그녀는 그 후에도 <베켓 Becket>, <엘리펀트 맨 The Elephant Man>, <사선에서 In the Line of Fire>, 그리고 <조지 클루니의 표적 Out of Sight>로 편집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총 50편이 넘은 영화를 편집했는데, 그녀가 편집한 영화는 위에 언급한 작품 외에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Fifty Shades of Grey>, <테이킹 라이브즈 Taking Lives>, <언페이스풀 Unfaithful>, <에린 브로코비치 Erin Brockovich>, <콩고 Congo>, <채플린 Chaplin> 등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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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컷을 할지, 타이밍을 어떻게 잡을지, 어떤 식으로 연기를 잡아나갈지. 편집할 때 그런 모든 결정들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글쎄. 매우 주관적인 부분이라서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도 그게 편집에 관해서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이유다. 매우 개인적인 느낌이고, 모든 영화는 각각 완전히 다른 뭔가가 있다. 모든 영화가 각자 그 영화가 가야 하는 길이 다르다.
만일 훌륭한 배우들이 나오고 그들의 연기가 모두 훌륭하다면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우 자주 연기가 부족한 배우들이 있고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어떤 것일지는 그게 촬영되어 당신 앞에 놓일 때까지 알 수 없다. 어떻게든 그 약한 연기를 숨기거나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좋게 만들어야 한다. 한 번은 어떤 배우의 연기가 너무 약해서 그녀가 매력적으로 보이거나 웃을 때만 그녀를 보여주고 그녀가 대사를 할 때면 다른 샷으로 바꿔야 했다. 즉, 먼저 그녀가 대사를 시작하게 하고, 바로 이어서 얼른 상대방의 리액션이나 다른 사람의 대사로 샷을 바꿔야 했다. 이렇게 언제나 영화마다 다뤄야 할 다른 문제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특히 예전엔 시나리오를 읽으며 미리 어떤 신을 어떻게 편집할지 계획을 짠다. 모든 신은 아니고 중요한 신들만. 하지만, 막상 실제 편집을 시작하고 배우들의 연기를 접하게 되면 종종 그 계획을 바꿔야 한다. 배우들이 어떤 부분에선 무척 훌륭하지만, 또 어떤 부분에선 부족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원래 내가 계획했던 것을 그래도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에디터는 변하는 상황에 빠르게 잘 적응해야 한다. 난 편집에서 배우들을 다루는 것을 좋아한다. 배우들의 시선, 그들 대사 행간에 담긴 진짜 속마음. 그런 것들을 다루는 게 정말 재미있다. 계획은 너무 많이 하는 건 불가능하다. 편집이 즐겁다. 언제나 그런 도전들이 있고,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을 맞닥뜨리는 즐거움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이야기를 한다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다.
데일리스는 어떤 식으로 보는가?
마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영화팬처럼 편히 앉아 즐긴다. 감독과 함께, 가능하다면 큰 스크린으로 보는 걸 선호한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찾고 그것을 기억한다. 딱히 따로 노트를 하진 않는다. 대개 어시스턴트 에디터와 함께 보는 데,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 있으면 그를 팔꿈치로 슬쩍 찌르고, 그러면 그가 그 순간의 타임코드를 적어 놓는다. 내가 노트를 따로 적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나머지 푸티지들을 보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광적인 영화팬이다. 영화 보는 게 그냥 즐겁다. 퍼스트 컷을 볼 때 “영화가 내게 무슨 말을 하는지"라는 관점에서 본다. 감정적 레벨, 내가 원하는 걸 영화에서 얻고 있나, 혹은 내가 편집을 너무 작위적으로 하지는 않았나를 생각한다. 액션의 경우 필요하다면 짧은 샷들이 정신없이 이어지는 편집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샷들이 뭔지 모르게 지나간다면 문제가 있다. 광고라면 상관없다. 만일 그 짧은 샷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전해지고, 내가 뭔가를 볼 수 있다면 괜찮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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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편집할 때 처음에 어떤 식으로 접근하나?
그 신에 해당하는 푸티지를 두세 번 본다. 때로는 노트를 적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냥 어떻게 편집할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본다. 그러고 나서, 실제 편집을 시작하면 그 샷들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내가 원래 가졌던 아이디어 중 고치는 게 나은 경우를 발견하기도 한다. 신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을 먼저 찾으려고 노력한다. 어느 정도 편집이 되면 어시스턴트 에디터들을 불러 “이 신에서 어떤 인상을 받는지 알고 싶어. 내가 이 신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는지 말이야”라고 말하며 함께 본다. 이 과정은 무척 도움이 된다. 혼자 작업할 때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
자꾸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편집을 보지는 않는다고 얘기한다. 내 생각에 그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먼저 신을 전체적으로 편집하고 그것을 보고 난 후에, 그러고 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를 다듬는 게 맞다. 이 신도 결국 또 변하게 될 것이다. 영화 전체를 모두 모아 놓으면 신 하나 자체로는 완벽한 것도 앞 뒤 맥락과 이어지면 너무 빠르다고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너무 길다. 99 퍼센트의 확률로 그렇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경우 우린 그대로 길게 두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편집 과정을 통해 필요 없는 부분, 특히 반복적인 것들을 잘라낸다. 여기저기 대사를 조금씩 잘라내고 리듬을 좀 더 빠르게 만든다. 퍼스트 컷은 대체로 항상 다소 느리기 때문이다. 영화가 가능한 빠르게 흘러가길 원하기 때문에 이런 트리밍을 많이 하지만, 영화를 전체적으로 다시 보고 나서 원래대로 되돌리기도 한다. 필요 없는 것들을 덜어내는 건 좋지만 너무 지나치게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에디터와 감독은 자칫 자기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신, 잘 진행되지 않는 신, 그리고 비슷한 또 다른 신이 있을 때 그 신을 삭제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서 영화를 다시 보면 뭔가 이상해서 그 신을 다시 넣기도 한다.
<조지 클루니의 표전>을 작업할 때 감독인 스티븐 소더버그에게 어느 날 “우리 어쩌면 편집을 너무 지나치게 한 것 같아요. 관객들이 혼란스러워할 것 같네요"라고 한 일이 있다. 주인공이 세 개의 다른 감옥에 가게 되고 거기서 여러 일이 일어나는 부분인데, 각각의 신은 매우 스타일적으로도 멋지고 흥미롭게 잘 편집되었었다. 하지만 이것들을 모두 모아 놓으니 다소 혼란스럽다는 걸 발견했다. 결국 이를 모두 훨씬 단순하게 만들어야 했다. 이렇게 모든 작품은 각각 그만의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배우의 연기를 편집에서 어떤 식으로 다듬는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언제나 다른 문제가 있다. 때로는 연기가 너무 좋아서 일반적인 경우 보다 오랫동안 그 배우에게 머물기도 한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연기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미소가 너무 좋은 배우였다. 결국 그녀가 웃을 때 그녀를 비춰주다가 대사를 시작하면 다른 곳으로 샷을 얼른 바꿨다. (웃음) 아주 교묘하게 했기 때문에 다행히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많은 곳에서 그 작품에서 그녀의 연기가 매우 훌륭하다고 평을 많이 했는데, 그걸 볼 때마다 혼자 웃곤 했다. 연기를 지나치게 과장해서 하는 배우들도 있는데, 이럴 땐 톤을 조금 눌러줘야 한다. 이는 꽤 일반적인 경우다. 배우마다 다른 문제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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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해 말해보자. 편집할 때 임시 음악을 사용하나?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가?
예전엔 그렇지 않았지만 요샌 임시 음악 작업을 많이 한다. 내가 처음 편집을 필름으로 시작했을 땐 댄스 신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음악을 넣지 않았다. 하지만, 서서히 임시 음악을 넣어서 편집하는 게 유행하더니 이젠 모든 에디터들이 그렇게 한다. 마치 예전 흑백 필름으로 편집할 때 “제대로 컬러로 볼 때까지 기다려요"라고 하던 것과 같다. 흑백 필름이 더 쌌기 때문에 편집할 땐 흑백으로 했는데 나중에 컬러로 볼 때까지 기다려보라고 말하곤 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임시 음악 트랙을 깔아 놓은 후 “정확히 당신이 원하는 음악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정식 음악을 넣어서 볼 때까지 기다려봐요"라고 말한다.
음악은 매우 중요하지만 또 동시에 매우 어렵다.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특히 음악에 대해서 내가 전혀 생각지 못했던 특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데이빗 린치 감독도 마찬가지다.
음악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신은 물론 전체 작품을 망칠 수 있다. TV 드라마는 대체로 음악을 너무 많이 쓴다. 음악은 신을 도울 수 있을 만큼만 조심스럽게 사용되어야 한다.
감독과 어떤 식으로 함께 일하는지 궁금하다. 감독과 에디터 사이에 좋은 협업이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감독과 에디터 사이의 대화다. 어떤 감독들은 매우 내성적이거나, 또는 표현을 잘 안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과 대화를 하고, 점심을 함께 먹거나 하는 그런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작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감독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과 편해져야 한다. 데이빗 린 감독과는 그렇게 되기까지 오래 걸렸다. 처음엔 그가 무서웠다. 난 당시 젊은 에디터였고, 두 개의 좋은 작품을 편집했지만 그리 많은 작품을 아직 하지 않았을 때였다. 그에 반해, 데이빗 린은 이미 이름이 매우 널리 알려진 사람이었다. 처음에 그는 내가 그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속해서 내가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다. 그렇게 감독을 사람으로서 아는 게 중요하고, 그로써 비록 감독이 그 의견을 행여 받아들이지 않을지언정 내 의견을 말하는 게 쉽게 된다.
작품에 대한 감독의 전체적인 아이디어를 아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고 그것을 반드시 하나하나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청사진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물론, 감독은 나중에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어떤 감독들은 촬영 중엔 편집본을 보고 싶어 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감독들은 뭔가를 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난 그게 좋다. 예를 들어, 토요일에 감독이 와서 함께 그동안 편집한 것을 보고 점심을 먹으며 함께 이야기하는 거다. 그렇게 초기에 편집이 제대로 길을 찾아가고 있는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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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에디터의 역할에 대해서 가장 오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예전엔 사람들은 에디터가 너무 야하거나 너무 폭력적인 장면들을 잘라내는 일종의 검열 역할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에디터가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한 역할을 맡아 일한다는 걸 몰랐다. 에디터는 감독, 시나리오 작가와 매우 긴밀하게 협업한다. 많은 영화제가 촬영이나 프로덕션 디자인에게는 상을 주면서 에디터에게는 상을 주지 않는다. 에디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에디터의 역할은 지금 매우 과소평가되고 있다.
편집이 처음 영화에 도입되었을 때 남성보다는 여성 에디터가 더 많았다. 그러다 사운드 시대가 도래하면서 남성이 늘기 시작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 아니면 영국에서는 좀 달랐나?
처음 영국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꽤 많은 여성이 에디터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 조금씩 줄기 시작했는데, 많은 여성들이 야망이 없었다. 난 늘 그게 이상했다. 1986년에 영국을 떠날 당시 영국엔 나를 포함해 두 명의 여성만이 큰 규모의 영화를 편집하고 있었다. TV 드라마나 광고 쪽엔 더 많은 여성들이 있었는데 왜 그런지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찌 보면 나 자신을 여성 에디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에디터로 봤을 뿐이다. 물론 여성이기 때문에 거절당하기도 했고, 여성이기 때문에 고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저 “난 에디터야"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보수를 덜 받는 일은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세 명의 남자 형제와 자랐는데, 결코 내가 그들보다 여자이기 때문에 돈을 덜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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