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신 내에서의 페이싱은 물론 영화 전체의 페이싱도 있다. 이런 모든 페이싱은 큰 화면으로 볼 때, 혹은 관객과 함께 볼 때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는데, 그에 관한 나만의 이론이 있다. 극장의 어둠 속에서 큰 화면으로 시야를 완전히 다 차지하는 이미지를 보고, 동시에 들리는 소리라곤 영화에서 나오는 소리일 뿐일 때 관객은 감정적으로 그것에 매우 빠져드는 경험을 함은 물론이고 관객의 뇌 전체는 이 이미지와 사운드를 처리하는 데 바빠진다. 즉, 이때 관객이 하는 일은 오로지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이미지와 소리를 빠르게 처리하고,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커다란 스크린 위의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느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다른 경우보다 이 이미지와 소리에 더 집중하고, 더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을 공부한 게 또 어떻게 도움을 주었나?
별로 도움이 된 건 없다. 다만, 만일 당신이 심리학을 공부한다면 그건 당신이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심 있는 사람임을 말한다. 따라서, 당신은 사람과 감정에 대해 어느 정도의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내 다른 취미는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에 전문가 되고자 하는 일인데, 여기에 심리학이 조금 연관되어 들어오긴 한다. 스토리텔링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서로 상호작용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핵심적인 부분이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스토리텔링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의 역사, 그리고 여러 다른 방식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좋은 책들을 가지고 있다.
심리학에 관심을 가진다는 건 편집실에서 열린 마음을 가지는 사람이란 걸 의미하기도 한다. 난 종종 프로듀서와 감독이 작품에 대해 이견을 가지고 논쟁을 벌일 때 감정적으로 한쪽에 너무 치우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 즉, 난 평정심을 유지한 채 양측의 주장을 잘 듣고, 작품 스스로가 가장 좋은 해결책이 무엇인지 말하도록 한다. 작품은 결국 스스로 무엇이 옳은지 우리에게 알려준다. 프로듀서나 감독이 뭘 원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관객이 무엇을 원하느냐가 중요하다. 관객이 작품을 이해하는지, 즐기는지, 그리고 작품의 페이스에 있어서 지금의 길이가 맞다고 느끼는지가 중요한 거다.
<미션 임파서블:로그 네이션>을 대략 마흔 번 정도 보았다. 대략 스무 번은 감독과 그 외 두 어명의 사람과 보았고, 나머지 스무 번 정도는 관객들과 보았다. 관객들과 작품을 볼 땐 상영시간 내내 매 순간 관객이 어떻게 작품에 반응하는지 내 모든 감각을 집중한다. 편집실에서 수도 없이 본 작품이지만 관객들과 함께 보는 순간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관객들이 웃길 원하는 지점에서 정말 그들이 웃는지, 관객들이 작품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는지, 혹은 반대로 완전히 몰입해서 작품에 빠져든 탓에 당신이 심지어는 극장에 바닥에 작은 핀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을 수 있을 지경이 되는지 알 수 있다.
톰 크루즈가 이륙하는 비행기 날개에 뛰어오르는 오프닝 시퀀스를 예로 들어보자. 첫 번째 테스트 스크리닝에서 신의 첫 시작 약 2-3분을 다소 너무 빠르게 편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관객들이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을 살짝 버거워하고 있었다. 편집실에서 볼 땐 그런 걸 느끼지 못했지만 관객들과 함께 보자 “아, 이거 너무 빠르네"라는 느낌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후에 이 부분을 아주 약간 더 천천히 진행되도록 편집을 다시 했고, 관객과 다시 함께 보았을 때 전과 달리 모두가 훨씬 더 잘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을 발견했다.
너무 빠르다는 걸 어떻게 알았나?
관객들이 소리 내어 반응을 보여야 하는 지점들이 있는 곳에서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관객들이 스토리에 제대로 빠져들지 못했고, 어떤 것들이 문제이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관객들은 영화를 편안하게 보기보다는 지나치게 집중하며 그저 스크린을 볼뿐이었다. 관객이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이미지에 의해 그저 끌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말하자면, 에디터로서 내가 관객과 함께 나란히 걷는 게 아니라 그들을 무조건 앞으로 끌고 가고, 그로 인해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할 일이 다소 너무 많았다.
아까 말한 첫 2-3분에 내가 한 건 그리 많지 않다. 그저 6초에서 7초 정도를 더했을 뿐이지만, 그게 많은 차이를 만들었다. 관객들은 스토리를 훨씬 잘 이해했고 모든 게 들어맞았다. 관객들과 영화를 볼 때 그들의 반응에 늘 주의를 기울인다. 예를 들어, 관객들을 크게 웃게 만든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이어서 톰 크루즈의 대사가 관객의 웃음이 그치기 전에 너무 일찍 시작되었다. 편집실에 돌아가 관객을 웃게 만든 사이먼 페그의 대사에 18 프레임을 더해 관객의 웃음이 톰의 대사가 시작하기 전에 잦아들 시간을 벌었다. 이렇게 하자, 관객이 크게 웃을 충분한 시간과 이어서 이어지는 톰의 대사를 놓치지 않을 시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다.
어느 영화나 편집을 시작하면 이야기의 흐름을 어떻게 향상할지, 관객이 어떻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의 한 신 안에 비슷한 스토리 비트story beat 여럿이 들어있어 그중 하나를 삭제했다. 영화 중간에 8분 정도의 섹션을 완전히 다 들어내고 그걸 들어내도 문제가 안되도록 새 신을 보충 촬영을 통해 촬영했다. 테스트 스크리닝에서 영화 중간에 좀 늘어진다는 피드백을 계속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악당이 등장하는 신 몇 개도 삭제했다. 이를 통해 악당을 좀 더 미스터리 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잡기 힘들었기 때문에 관객이 그의 행동의 이유에 대해 덜 헷갈리게 할 수 있었다.
우리 에디터들은 어떻게 하면 영화의 구조를 더 좋게 만들어 관객들이 작품을 즐기는데 더 도움이 되게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