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의 에디터는 프래드 라스킨과 그레그 도리에 두 명입니다.
프래드 라스킨은 <장고:분노의 추적자> 이후 <헤이트풀8>을 거쳐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헐리우드>까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함께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첫 편부터 편집에 참여했습니다.
그레그 도리에는 <스타트랙 비욘드>와 같은 작품을 편집했으며, 전작은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입니다. 그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5편부터 참여해 오고 있습니다. 둘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 빌>에서 어시스턴트 에디터로 함께 일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인물들과 감정적으로 얼마나 공감하는지 놀라웠어요.
라스킨: 시나리오에 모든 게 다 이미 구현되어 있었어요.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부터 제임스 건 감독이 머리에 담아 둔 컨셉들이 있어요. 영화 속에서 라일리가 로켓에게 하는 대사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이건 처음부터 언제나 네 이야기였어. 그걸 네가 몰랐을 뿐이야.” 이게 감독이 처음부터 머릿속에 담고 있던 거예요. 인물과 관객이 느낀 감정적 공감은 다 여기서 시작이죠.
그리고 거기엔 실사 배우들과 디지털 배우들의 연기도 한몫합니다. 로켓을 연기한 숀 건이나 플래시백에서 로켓의 감방 동료들을 연기한 배우들 같은 사람들요. 이 부분은 특히나 초반에 찍었기 때문에 VFX를 가능한 한 완벽하게 만들기 위한 시간을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었어요. 촬영 첫 이틀 동안 젊은 로켓과 그의 친구들 이야기를 찍었어요. 덕분에 VFX를 제대로 할 시간이 있었던 거죠. 관객이 느낀 모든 감정적 공감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한 그 배우들 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애니메이터들이 그걸 더 낫게 만든 거죠.
그 얘기를 좀 더 해보죠. 로켓은 실제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로 만들어진 등장인물이에요. 이런 경우 연기를 어떻게 판단하죠?
라스킨: 그 문제를 위해서 시리즈 처음부터 만들어 놓은 방식이 있어요. 로켓이나 그루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신은 첫 번째 테이크는 늘 스탠드 인과 함께 찍어요. 그렇게 하면 나머지 스탠드 인이 없이 찍어야 하는 테이크에서 다른 배우들이 어디를 봐야 하는지, 그리고 카메라가 프레이밍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알 수 있게 되죠. 우리 같은 에디터에게 이게 도움이 되는 건 이 첫 번째 테이크를 우리가 로켓이나 그루 샷이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심지어는 모든 인물이 함께 있는 샷에서도 첫 번째 테이크에서 로켓과 그루만 가져다 쓸 수 있죠.
영화 ⅔ 지점에서 로켓이 죽을 뻔하다 살아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땐 션 건이 없이 촬영했습니다. 이 장면은 로켓에게 아주 중요한 순간이어야 했는데, 제 첫 편집본엔 그게 부족했죠. 선 건이 없으니 필요할 때 그쪽으로 편집하지 않았거든요. 감독과 함께 편집본을 보는데 뭔가 이상했어요. 결국 감독이 그러더군요. “이 신에 로켓이 좀 더 들어가야 해요.” 이런저런 논의 끝에 어느 순간에 로켓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할지를 결정했고, 거기에 필요한 샷들을 VFX 회사에 요청했어요. 어떻게 로켓이 어떤 특정한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면 좋겠다든지 하는 가이드와 함께요.
제임스 건 감독이 당신들과 일하는 방식은 어떤가요? 자기 느낌을 얘기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여기 네 프레임 짧게 하고, 여기 이 두 샷 순서를 바꿔줄래요?” 하는 식의 요청을 하나요?
라스킨: 후자에 훨씬 가까워요. 제임스 감독은 본인이 뭘 어떻게 바꾸고 싶은 건지 정확하게 알아요. 사실 우리가 일하는 방식은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편집하는 와중에 코로나로 인해 락다운에 들어가고, 결국 원격으로 일해야 하면서 매우 크게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함께 편집본을 보고 어디를 바꾸고 싶은지 토론하고 난 후 함께 데일리스를 보는 식이었죠. 그런데, 원격으로 일하게 되고 제임스 감독에게 편집본을 파일로 보내면서 방식이 바뀌었어요. 파일에 타임코드를 번 인 해서 보내면 제임스 감독이 타임코드를 바탕으로 이런저런 노트를 보내기 시작했죠. 때로는 “이 대사의 다른 테이크는 어떤지 보고 싶어요"라는 요청을 보내기도 했어요. “여기에서 이 두 샷 정도는 잘라내도 될 수 있을 거 같네요. 어떻게 생각해요?”라는 식의 질문 역시 많이 보내왔죠.
도리에: 언급하고 싶은 일이 두 개 있어요. 작은 것들이지만 그게 모여서 큰 변화를 만든 경우예요. 그중 하나는 제임스 감독이 좀 더 짧게 압축시키고 싶은 시퀀스를 작업 중일 때입니다. 퀼이 로켓을 쳐다보면서 “꼭 잡아, 친구"라고 대사를 하는 샷이 있는데 이걸 잘라내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잘라냈더니 정말 문제없었죠. 그런데 그 외에 이렇게 하고 보니 한 가지 또 발견하게 되었어요. 이 샷 전에 퀼이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위치를 알아내고 “내 가장 친한 친구를 괴롭힌 이놈과 맞서겠다"라고 생각하며 아주 심각해하는 샷이 있어요. 클로즈업으로 가니까 톤이 공감으로 바뀌었죠. 그리고 이어서 와이드 샷으로 빠져서 퀼이 걸어가는 걸 보여주는데 다시 진지한 통이에요. 샷 하나를 빼냄으로써 전체적인 연기 느낌과 에너지가 바뀌었어요. 퀼이 계속 한 가지 감정을 유지하게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러닝타임 문제로 샷 하나를 잘라낸 거지만, 그 덕에 신의 끝에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었던 멋진 경험이었죠.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네이선 필리온이 연기한 인물이 맨티스와 드랙스에게 항복하라고 하는 신이 있습니다. 이때 드랙스는 “싸우자"라고, 그리고 맨티스는 “도망치자"라고 서로에게 두세 번 반복해서 말하는 순간이 있어요. 내러티브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작은 순간은 잘라내도 문제없어요. 하지만 이런 작은 부분을 그대로 둠으로써 두 인물의 관계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관객에게 더 잘 보여줄 수 있습니다.
플래시백에 관해서 얘기해 봅시다.
라스킨: 플래시백은 시나리오에서와 같은 위치에 있어요. 딱 하나 중요하게 바꾼 것만 빼고요. 시나리오에선 언제나 병원 침대에 있는 로켓에서 플래시백으로 넘어가게 되어 있었는데 이걸 바꿨죠. 영화는 플래시백에서 시작해요. 다음에 플래시백은 아담 어록과의 큰 액션신 다음이죠. 로켓을 병원 침대로 데려가고, 카메라가 로켓의 얼굴을 비추면 플래시백으로 들어가죠. 이렇게 플래시백에서 바로 시작하기도 하고, 병원 침대에 있는 로켓에서 시작하기도 합니다. 시나리오에서는 언제나 병원 침대에 있는 로켓에서 플래시백으로 들어가는 구조였어요. 전 플래시백이 꼭 로켓이 이 플래시백을 생각하는 걸로 받아들여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플래시백은 오히려 관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인 거죠. 처음 두 번 정도의 플래시백이 지나고 나면 관객은 젊은 로켓을 보는 순간 이건 플래시백이라는 걸 이해할 수 있어요. 침대에 누워있는 로켓을 매번 보여줄 필요가 없는 거죠.
사운드 디자인에 관해 질문하고 싶습니다. 수많은 효과음이 나오고 동시에 음악 나옵니다. 여러 사운드가 복잡하게 겹치고 겹치는데, 이런 사운드 디자인에 접근하는 당신의 방식이 있나요?
도리에: 워락이 여기저기 폭발이 일어나는 가운데 엄마를 구하기 위해 날아가는 신을 예로 들어 볼게요. 이 순간엔 무척 많은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만일 그 모든 사운드 하나하나를 다 플레이하게 되면 관객은 피로해지고, 결국 워락과 워락의 엄마를 앗아가는 마지막 폭발의 효과를 반감시키게 됩니다. 즉, 어떤 폭발음을 약하게 하고, 어떤 폭발음을 강조할지. 그렇게 해서 어떻게 마지막에 최대의 효과, 혹은 충격을 일으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해요.
이 신에서 또 한 가지 어려웠던 건 음악이었어요. 워락이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가는 부분은 바로 앞부분과 다른 새로운 챕터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순간이 시작하는 첫 부분에 워락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그런 음악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문제는 그 지점에 커다란 폭발들도 일어나기 때문에 그 소리도 필요했죠. 즉, 음악을 포함한 그 모든 소리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무슨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눈으로 보는 동시에 소리로도 알 수 있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