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마 스쿤메이커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50여년 째 함께 작업하고 있는 에디터입니다. 1940년생이니 나이가 어느새 여든이 넘었습니다. 그녀는 <성난 황소(Raging Bull)>, <에비에이터(The Aviator)>, 그리고 <디파티드(The Departed>)로 아카데미에서 편집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번 [에디터스]에서 소개해 드리는 인터뷰는 최근에 개봉했던, 역시나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함께 작업 한 <플라워 킬링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에 대한 인터뷰 중 일부입니다.
이 영화는 원작인 책이 있다. 책을 먼저 읽었나?
당연하다. 내 생각에 이 책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책을 워낙에 좋아해서 이 영화에 대해 알게 된 사람도 있고,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얘길 듣고 책을 찾아서 읽은 사람들도 많다고 알고 있다.
이 책이 정말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책을 통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영화에 그 모든 사실을 담을 순 없다. 우린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픽션을 만들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는 한 번 읽고 다시 읽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스콜세지 감독은 때론 시나리오에 없는 많은 걸 하므로 내게 중요한 건 스콜세지 감독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어떻게 창조하느냐였다. 시나리오가 아니라 그의 머릿속에 무엇이 있는지, 그가 어떻게 카메라를 움직일 것인지, 혹은 편집의 컨셉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했다. 내게 정말 중요한 건 스콜세지 감독이 무엇을 하는가이며, 나는 그것을 최대한 따르고 싶다.
시나리오를 보지 않는다면, 스크립 노트도 보지 않는다는 의미일까?
그건 아니다. 스크립 노트는 대단히 중요하다. 스콜세지 감독은 촬영 동안 스크립트 수퍼바이저에게 매우 많은 중요한 노트를 전달하고, 그 내용은 스크립 노트에 담겨있다.
스콜세지 감독의 폭력적인 신들을 편집하는 게 힘드냐는 질문에 “그 신들은 내가 편집을 끝냈을 때 비로소 폭력적으로 된다"라고 말했던 걸로 기억한다.
관객이 폭력적이라고 느끼는 신은 사실상 그 신을 찍기 위해 스턴트맨들이 어떤 기술적인 일을 했는지, 어떤 식으로 샷이 디자인되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게 어떻게 편집되었는지에 의해 구현된다. 즉, 내가 하는 일의 일부는 모든 걸 믿을 만하게 만드는 것이다.
스콜세지 감독과는 어떻게 편집을 진행하는가?
일반적으로 스콜세지 감독과 난 한 공간에서 함께 데일리스를 보려고 한다. 이번 영화에선 함께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줌(Zoom)이나 다른 여러 현대 기술 덕에 모든 샷들을 함께 보며 토론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스크립트 수퍼바이저 감독으로부터 오는 노트가 아주 중요하다. 스콜세지 감독은 이 노트에 우리가 토론할 때 말 할 것 중 많은 것을 이 노트에 적어 놓는다. 이걸 기반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서로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이 토론을 기반으로 내가 편집을 시작한다. 촬영이 끝나면 감독과 함께 편집한다. 그와 함께 편집하는 건 언제나 정말 대단한 경험이다. 매일 편집하면서 음악, 역사, 정치 등 온갖 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와 함께 있는 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시간이다.
데일리스를 볼 때 따로 셀렉션을 만드나?
스콜세지 감독과 함께 데일리스를 보면 꽤 많은, 그리고 자세한 셀렉션을 만든다. 거기에 함께 따르는 노트도 함께. 이렇게 함으로써 이후 편집하면서 필요할 때 빠르게 어떤 옵션이 있는지 들춰볼 수 있다. 모두가 이 방법을 쓰진 않지만, 스콜세지 감독과 내겐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편집하는 영화에 어떻게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나? 편집 기간이 오래될수록 그게 힘들어질 수 있을 것 같다.
편집하는 동안 스크리닝을 여러 번 한다. 이때 영화를 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로부터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웃어야 할 곳에 웃는지 안 웃은 지, 혹은 웃으면 안 되는 곳에서 웃는지 등을 유심히 살핀다. 스크리닝이 끝나면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등에 대해서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나에겐 이게 작품에 대해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게 그들이 말하는 모든 것을 그냥 그대로 따른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말하는 내용을 잘 분석하고 어떤 부분이 작품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경중을 가리는 일이다.
편집하면서 가장 중요한 원칙, 혹은 방향이 있었나?
이 작품의 중심을 러브 스토리로 잡는 건 스콜세지 감독이 한 꽤 큰 결정이었다. 이게 편집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일반적인 러브 스토리는 아니지만 분명 러브 스토리다. 이 중심을 바탕으로 오세이지 부족의 역사와 문화에 관해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