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리차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특별한 책임감을 느꼈나?
물론이다. 실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최대한 진실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는다. 비너스 자매의 언니인 아이샤 프라이스가 이 영화에 제작자로 참여하여 매일 촬영장에 있었다. 우리가 프로듀서에게 편집본을 보여줄 때 그녀도 언제나 그걸 보고 피드백을 주었는데, 그녀의 의견은 무척 중요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때로는 “그런 일은 없었어요"라던지 “걔네들은 서로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아요"라는 말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감독과 언제 인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리차드가 이런 행동을 할까? 비너스와 세레나 이런 일을 할까? 이런 질문들을 늘 주고받았다. 우리는 실제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고, 사실에 기반하고 싶었다. 스토리 속에서 인물의 감정 변화를 위해서 감독과 여기에선 이 인물이 이런 식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나눌 때가 있었다. 다행히도 아이샤 프라이스가 이럴 땐 정확히 그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잡아주었다.
닌 실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허구보다 훨씬 더 훌륭하기 때문이다.
레이날도 감독과 당신이 어떤 식으로 리차드의 시점을 구현했는지 알고 싶다. 작품이 두 딸의 시점이 아니라 리차드의 시점이라는 게 편집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킹 리차드>는 비너스와 세레나 윌리엄스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이고, 영화의 어떤 시점에서 비너스 중심이 된다. 처음 시나리오대로 편집한 버전에 훌륭한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뭔가 순서가 맞지 않다고 느꼈다. 영화의 시작을 계속 손 봤는데 어떻게 해도 충분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전반부의 많은 신들을 재배치했고, 심지어는 몇몇 신을 없애고 컴튼Compton 거리에서 영화를 시작하는 걸 시도해 보기도 했다.
모든 시도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즈음, 레이날도 감독과 내게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리차드가 딸들의 코치를 구하러 다니는 신을 지금의 자리에서 옮겨, 그가 테니스 공을 주으러 다닌 신과 합치는 거였다. 이렇게 하자, 리차드의 시점이 작품에 입혀지는 게 느껴졌다. 그의 시점으로 계속해서 거절당하는 경험을 하는 거다. 관객은 그가 얼마나 피곤한지, 그럼에도 테니스 잡지를 펼쳐 또 다른 코치를 찾기를 멈추지 않는 것을 경험한다. 이게 작품이 시작부터 리차드의 시점으로 시작하는 걸 가능케 했다. 이 모든 건 편집 과정에서 만들어진 거다.
‘시점'은 영화 전체에 걸쳐 아주 의도적으로 조직되었다. 리차드가 딸들을 데리고 처음 테니스 코트에 왔다가 갱스터들에게 얻어맞는 신이 있다. 리차드 맞고 밴에 돌아왔을 때 처음 밴을 타고 올 때와는 완전히 반대로 두려움에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딸들을 보여주었다. 그러다 마침내 한 명이 “아빠 괜찮아요?”라고 묻고, 리차드가 “누구도 리차드 윌리암스를 존중하지 않았어. 하지만 너희들은 존중하게 될 거다”라고 대답하는 동안 카메라는 계속 그를 비춘다. 그가 이 말을 하는 동안 샷을 중간에 자르지 않고 계속 그대로 두었다. 이를 통해 관객은 리차드라는 사람, 그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느낄 수 있다. 관객은 그가 딸들의 인생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하려 노력하는지 목격한다.
가장 힘든 신은 무엇이었나?
마지막 테니스 시합 신이 전형적인 스포츠 신이었기 때문에 까다로웠다. 뒤에 따라오는 신들이 감정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도록 이 신을 아주 정교하게 설계해야 했다.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는 캐스터의 멘트를 하나의 툴로 사용하지만 <킹 리차드>는 캐스터가 없다. 이점이 신을 만드는 걸 더 힘들게 했다. 이미지, 사운드, 그리고 음악을 가지고 스토리를 전달해야 했다.
신 내에서 감정이 변하는 뉘앙스를 주는 걸 돕기 위해 임시 음악을 많이 사용했는데, 작곡가가 이것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신의 감정 포인트들을 정교하게 도와주었다. 이 신은 그야말로 이미지와 음악 간의 댄스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리차드의 시점으로 보는 액션 신이라 할 수 있다.
리차드는 코트 바로 옆 관객석이 아니라 멀리서 경기를 지켜본다. 그러다 그가 비너스를 얼마나 응원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마침내 가족과 함께 앉을 때, 그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 관객이 느낄 수 있어야 했다. 결국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오래 작업한 신이 되었다.
이 신은 또 다른 의미로 까다로웠는데, 코로나로 인한 제한 때문에 관중석에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운 좋게도 몇 개월 후에 추가 촬영을 통해서 수백 명의 사람을 관중석에 채우고 특정 순간에 필요한 특정 리액션 샷을 찍을 수 있었다.
에디터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사람이다. 시나리오에 있는 신이고 촬영을 한 신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신을 편집 과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그 이유는 뭘까?
때로는 퍼스트 컷first cut을 하는 과정에서 이미 중간에 어떤 신들이 없어도 앞뒤가 완벽하게 잘 연결되는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땐 때로는 퍼스트 컷에서 그런 신을 빼고 감독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작품에선 전체 편집이 끝나고 감독과 함께 작품을 보았는데, 후반 부분이 너무 과한 게 명확하게 보였다. 기름이 너무 많았달까. 잘나래야 할 신이 확실하게 보였다. 영화 전체를 보고 나면 때로는 어떤 신을 빼야 할지 정확하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정확하지 않기도 하다. 뺐다가 다시 넣기도 한다. 이런 일은 언제나 생긴다. 이번 작품도 예외가 아니었다.
낸시 레이건 신은 지금보다 길었다. 이 신에서 또 다른 에이전트가 등장하는데 폴 코헨이 리차드에게 그를 소개해 준다. 대화 중 이 에이전트가 “당신 딸들 정말 대단했어요"라고 말하는데, 이게 다음 신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어떤 시점에서 낸시 레이건 신이 없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신을 빼고 그 섹션을 다시 보니 에이전트와의 신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 리차드가 에이전트와의 대화에서 왜 처음부터 그렇게 화가 나 있는지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신을 다시 넣어야 하는 게 자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자기 이 어린이들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지금 이곳에 있는지에 대한 리차드의 관점이었다. 이 모든 흑인 아이들은 분명히 어딘가에서 버스로 이곳까지 전 영부인과의 사진 촬영을 위해 버스에 태워 이곳에 왔다. 로드니 킹 사건 후에 있는 이런 자리에 자신의 딸이 함께 해야 하는 걸 리차드가 본다. 이런 상황이 후에 “그동안 잘했어요. 이젠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하는 에이전트와의 대화에서 왜 리차드가 그렇게 화가 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작은 부분을 빼는 것도 신을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다. 중요한 캐릭터 디벨롭먼트character development와 스토리 아크story arc를 희생하지 않는 차원에서 최대한 경제적인 버전의 영화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너무 많이 빼버리면 한 섹션이, 혹은 영화 전체가 망가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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