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에디터스]는 조금 특별한 호입니다. [에디터스]는 에디터가 하나의 영화에 대해 한 여러 인터뷰들을 모아 담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에디터가 그가 쓴 책을 중심으로 나눈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주인공은 월터 머치Walter Murch입니다.
1943년 생인 월터 머치는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으로 아카데미 음향상 후보에 올랐고, 후에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으로 편집상과 음향상 후보로 동시에 올랐습니다. 1991년엔 <사랑과 영혼Ghost>과 <대부 3The Godfather: Part III> 두 편으로 편집상 후보에 올랐고, 1997년 <잉글리시 페이션트The English Patient>로 마침내 아카데미 편집상을 수상합니다. 이 외 그가 편집한 작품은 <투모로우랜드Tomorrowland>, <테트로Tetro>, <자헤드 - 그들만의 전쟁Jarhead>,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 <리플리The Talented Mr.Ripley>, <사랑의 특종I Love Trouble>, <프라하의 봄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등입니다.
월터 머치는 자신이 쓴 <눈 깜박할 사이In the Blink of an Eye>라는 책을 통해 편집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펼칩니다. 이 책은 편집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마치 바이블처럼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꼽힙니다. 첫 출간된 게 1992년이었으니 올해로 30년이 됩니다. 에디터들을 다루는 [에디터스]라면 나름 그 출간을 기념하고 넘어가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에 이번 호를 준비했습니다.
인터뷰에서 다루는 책은 두 권입니다. 한 권은 방금 소개한 <눈 깜박할 사이>이고, 다른 한 권은 <월터 머치와의 대화The Conversations: Walter Murch and the Art of Editing Film>입니다. 이 책은 정확히 말하면 월터 머치가 쓴 책은 아니고, 저자인 마이클 온다치Michael Ondaatje가 월터 머치와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한 것을 모은 책입니다. 두 책 모두 월터 머치의 생생한 경험담과 그의 편집에 대한 자세를 독자에게 알려줍니다.
|
|
|
마이클 온다치의 책 <월터 머치와의 대화>에서 당신은 “모든 편집실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어려움은 영화를 얼마나 짧게 만들면서도 여전히 문제없게 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왜 우리는 영화를 가능한 짧게 만들고 싶은 걸까?
그건 꼭 영화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소설, 시, 혹은 음악에서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걸 볼 수 있다. 독일어로 “시”는 압축을 의미한다. 영화의 경우엔 여기에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가미된다. 만일 당신이 누군가를 의자에 앉히고 두 시간 동안 다른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있으라고 한다면 그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세 몸을 꿈지럭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가 제대로 만들어졌다면 관객은 일종의 최면에 빠져들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물리적으로 최면이 가능한 시간의 한계라는 게 있다.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 정도다. 영화가 두 시간이 넘어가면 좀 힘들어진다.
편집 기간 중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상영을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상영 시간 동안 관객들의 움직임을 관찰한다고 했는데.
에디터는 수개월 동안 혼자서, 혹은 감독과 함께 그(들)의 생각에 따라 작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커다란 극장에서 많은 관객들과 함께 같은 작품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은 에디터에게 전혀 다른 감정적 상태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기회를 준다. 이는 좋은 점이다. 이전과 다른 관점으로, 객석에 앉은 관객들의 관점으로 작품을 보기 때문이다.
영화가 만일 건축 모델이라면, 그동안 당신은 건물을 오직 한쪽에서만 보았다. 테스트 스크리닝은 에디터가 같은 건물을 90도 꺾은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를 통해 이제 건물을 전혀 다르게,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아, 그렇군. 저 계단이 저쪽으로 향해 있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혼자 있을 땐 깨닫지 못하는 부분을 알게 된다.
편집을 하면서 에디터는 언제나 관객이 영화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뭘 느끼는지 이해하려 노력한다. 관객의 입장이 되어 보는 거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존재한다. 테스트 스크리닝은 에디터로 하여금 그런 부분을 인식하게 도와준다.
당신은 앤 코아츠Anne Coates, 디디 앨런Dede Allen, 그리고 델마 슌메이커Thelma Schoonmaker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에디터 탑 10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리고, <분노의 주먹>은 편집이 가장 훌륭한 영화 중 하나라고 했다.
(디디 앨런은 <허슬러>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형사 서피코> <뜨거운 오후> <원더 보이즈> 등을 편집했다. 델마 슌메이커는 스콜세지 감독과 오랫동안 작업했는데, 그의 데뷔작인 <앨리스는 이제 여기 살지 않는다>를 편집한 후, <분노의 주먹> 이후 그의 모든 영화를 편집했다. 앤 코아츠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에디터로서,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사선에서> <콩고> <조지 클루니의 표적> <에린 브론코비치> 등을 편집했다)
일단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영화 역사 초기, 그러니까 무성 영화 시절엔 수많은 여성 에디터가 있었다. 그 당시엔 편집을 일종의 바느질로, 그리고 필름을 일종의 천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와 도서관 사이에 공통점들이 있는데, 당시 많은 여성들이 사서였다. 그러다 보니 여성을 에디터로 고용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러던 게 영화에 사운드가 사용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편집이 좀 더 여성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기술적이 되었고, 그 결과 남성이 더 많아졌다.
편집할 때 고려해야 할 점 6가지를 꼽으면서 컨티뉴이티Continuity를 가장 덜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앤 코아츠와 델마 슌메이커 모두 당신의 그 주장에 동의한다.
그게 <눈 깜박할 사이>에서 말한 6가지 법칙의 메인 포인트다. 감정, 스토리, 그리고 리듬이 가장 중요한 세 가지이고 - 그중에서도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 - 컨티뉴이티 문제는 덜 중요하다.
어떤 추상적인 세계라면 모든 편집을 할 때 그 여섯 가지 박스를 체크할 거다. 하지만 우린 그런 추상적인 세계에 살지 않고, 살고 싶지도 않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 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 여섯 가지 중 어떤 건 포기해야 한다. 리스트의 맨 아래에 있는 것부터 포기해 나가길 권한다. 즉, 먼저 3차원 컨티뉴이티부터 포기하고 그다음 하나씩 위로 올라가는 거다. 하지만, 그러다가 리스트의 맨 위 세 개인 리듬, 스토리, 그리고 감정에 이르면 그것들은 반드시 포기하지 말고 지키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만일 top 3 중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면 리듬을 먼저 희생하라. 하지만, 그 이유가 오직 강력한 감정적 임팩트와 스토리를 유지하기 위함이어야 한다. 만일 잠깐 동안 스토리를 희생하고 순수한 감정만을 가지고 가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하지만, 그게 위험한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잠깐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반드시 재빠르게 다시 스토리에 기반을 둔 상태로 돌아와야 한다. |
|
|
편집을 할 때 처음부터, 그러니가 퍼스트 컷First cut부터 작품을 고치려고 하면 성과 없이 바쁘기만 하게 될 뿐이라고 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각 신이 가지고 있는 강점, 약점, 배우들의 연기, 촬영 당시의 날씨 등 수많은 이유로 각 신이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 예상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인간은 본능적으로 “음, 이건 좀 안 좋네. 어떻게 고칠지 내가 생각해 볼게"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처음 편집하는 단계에선 아직 완성된 작품을 보지 않았다. 촬영은 신 순서대로 찍히지 않고, 따라서 어떤 신을 편집할 때 늘 제한된 정보를 갖게 된다.
비유적으로 말해보자. 첫 편집 단계에서 어떤 신이 수평선 위로 올라온다. 그걸 보고 “아, 좀 너무 올라오네. 눌러줘야겠어"라고 당신이 생각한다. 그런데, 두 주 후에 촬영된 다음 신이 자연스럽게 그 신을 조금 눌러준다. 즉, 당신은 그 신을 굳이 누를 필요가 없었다. 당신이 미리 눌렀기 때문에 다음 신과 이어서 볼 때 이제 그 신은 너무 눌러졌고, 결국 모든 게 너무 내려가 버렸다.
혹은 전체가 평평해지거나.
처음엔 말하자면 “눈을 반쯤 감고서 편집"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처음엔 아직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땐 비판적 판단들을 조금 아껴야 한다.
<사랑과 영혼>을 편집할 당시 있었던 예를 들어보겠다. 토니 골드윈이 얼마 전에 남편을 잃은 데미 무어를 유혹하려고 하는 신이다. 그는 일부러 자기 셔츠에 커피를 엎지르고, 데미 무어가 셔츠를 빨아 주겠다며 가져간다. 자, 이제 그가 웃통을 벗은 채 데미 무어에게 이런저런 유혹적인 대사들을 건네는 신이다.
스튜디오 대표들이 이 신의 데일리스를 보는데, 토니 골드윈이 웃통을 벗고 있는 데일리스를 계속 보다 보니 그들 자신도 모르게 토니 골드윈이 완전히 발가벗고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객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게 어찌 된 일인지 그들은 심지어 그때까지 아주 훌륭한 연기를 하고 있던 토니 골드윈이 좋은 배우가 아니라며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일종의 화재 경보가 울린 상황이었다. 이는 사실 스튜디오 대표들이 데일리스만 보다가 생긴 부작용이었기 때문에 얼른 신을 편집했는데 내 눈엔 괜찮아 보였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저녁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흠, 그 신 전체를 그냥 잘라내어도 괜찮겠는걸?” 감독인 제리 주커에게 다음 날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일단 신 앞부분만 좀 줄이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해서 대표들에게 보여주자 문제가 일단락되었다.
후에 퍼스트 컷을 마치고 그것을 감독과 보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즉, 영화 끝에 토니 골드윈이 악마들에 의해서 지옥으로 끌려가는데, 이걸 보자 “너무 지나치게 벌 받는 것 같은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어찌 보면 그저 불운한 중산층으로서 잠시 생각을 잘못했고, 그의 친구인 샘이 죽은 거다. 비극이긴 하지만 그가 그렇게까지 참혹하게 죽을 필요까진 없었다.
스크리닝 후 감독,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나 셋이 모여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그 셔츠 신을 다시 넣는 걸 제안했다. 그리고 이 신이 다시 영화에 들어가자 엔딩이 이해되었다. 그의 죄는 돈을 훔쳤거나 한 게 아니라, 이제는 죽은 가장 친한 친구의 남겨진 부인을 유혹했다는 도덕적 죄악이었기 때문이다.
관객과 테스트 스크리닝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예이기도 하다. 스크리닝에 참여한 관객들이 어떤 한 가지 점에 대해서 불평을 하지만 사실 그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다른 부분인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어깨 쪽 신경에 문제가 있을 때 통증은 팔꿈치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위험한 게 관객들이 “팔꿈치를 고쳐!”라고 요구한다는 점이다. 사실 문제는 팔꿈치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데. |
|
|
당신은 책에서 <대부 3>에 대해 언급하는 자리에서 말하길 “코폴라 감독은 영화를 2시간 20분으로 줄였는데, 그 길이로는 영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다시 원래의 길이로 되돌려 놓았을 때도 여전히 무슨 이유에선지 여전히 원래 우리가 그 길이에서 느꼈던 그 느낌으로 정확히 돌아오지 못했다. 지나치게 멀리 나아갔을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 배웠다”라고 했다. 정확하게 무엇을 배웠는지 좀 더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촬영에도 비슷한 테크닉이 있다. 예를 들어, 조명이 네 개가 있다고 하자. 촬영감독이 키 라이트(key light; 메인 조명 소스)를 꺼본다. 이렇게 하면 다른 조명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더 명확하게 체크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필수적으로 보이는 것을 제거하고 살핀 후, 때로는 “키 라이트 없는 게 더 낫군"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 편집에도 마찬가지 방식을 쓸 수 있다. 언뜻 가장 중요해 보이는 신을 삭제함으로써 그 신 주변의 다른 신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눈 깜빡할 사이>에서 영화 <줄리아Julia>의 예를 들었다. 이 영화는 시작이 플래시 백 안에 플래시 백이, 그리고 그 안에 또 다른 플래시 백이 있고, 그 안에 또다시 플래시 백이 있는 구조인데, 테스트 스크리닝 후 관객들이 좀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후에 그에 대해 생각하던 와중에 “흠, 1950년대에 일어나는 롱 아일랜드 신을 삭제하면 플래시 백 하나를 줄일 수 있겠군"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감독에게 이를 제안했고, 이를 위해 함께 작업하던 때였다. 기억 속의 기억 속의 기억의 연속이라는 게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인식한 그는 갑자기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바로 여기 이 신, 그러니까 페이지 7에 이르렀을 때 이걸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부분이 나와 이 작품을 연결해주는 포인트였죠.”
이런, 그건 이게 아주 중요한 신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렇다. 내가 그를 “그래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거죠?”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니, 그가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아니에요. 신을 삭제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생각하는 신의 중요성에 대한 그만의 비유를 들려줬다. 어떤 신은 심장이고 어떤 신은 탯줄이다. 둘 다 중요하다. 심장도 탯줄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탯줄을 가지고 돌아다닐 수는 없다. 그것을 잘라낸 흔적, 그러니까 배꼽만 가지고 돌아다닌다.
이 신은 그에게 탯줄이었다. 그를 작품을 하도록 이끌었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그의 감각이 반영되자 이제 영화에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편집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세 가지라고 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떤 샷을 사용할 것인가?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어디서 끝낼 것인가? 리듬적으로 보았을 때,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다. 지나치지 않은 모습으로 전체를 드러낼 정확한 순간에 끝내야 한다.”
그렇다. 샷의 마지막 프레임을 선택하는 것이 아마도 에디터가 행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그건 마치 바이올리니스트가 활을 다루는 테크닉이나 기타리스트의 손가락 테크닉과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절대 깨지지 않는 원칙은 마지막 프레임을 반드시 실시간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결코 한 프레임씩 스크러빙scrubbing하며 정하지 않는다. 어떤 특정한 샷을 써야겠다고 정하면, 시작을 찾고 거기서부터 플레이하다 맞다고 느껴지는 순간 스탑 버튼을 누른다. 그 순간이 지나면 그 샷은 말하자면 더 이상 연료통에 기름이 남지 않았다 할 수 있다.
<컨버세이션> 이후 편집하는 도구는 달라져도 계속 그런 방식으로 일해 오고 있다. 샷을 멈춘 자리에서 프레임을 적는다. 그리고 리와인드하여 다시 멈추었을 때도 같은 자리에서 멈춘다면 아마도 거기가 샷을 멈추기에 좋은 포인트일 확률이 높다.
24개의 프레임이 매 초 지나가는데, 이건 마치 놀이공원에서 매 초 지나가는 24마리의 오리 인형을 맞추는 사격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이 오리를 맞출 수 있을까? 너무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샷, 대화, 그리고 카메라의 움직임의 리듬을 에디터가 체화하고 거기에 스스로를 맞춘다면 편집에서 그게 가능하다. 이렇게 해서 같은 프레임에서 두 번 연속해서 스탑 버튼을 누르게 되면 그건 분명 뭔가가 있는 거다. |
|
|
<월터 머치와의 대화> 중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에 대해 대화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데일리스를 볼 때 감독과 함께 앉는다. 그리고 그가 어떤 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물론 당연히 그걸 받아 적는다. 하지만, 다른 것들도 적는다. 이를테면, 그 순간 방의 분위기 같은 것을 말이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길, 감독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바로 이 순간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가 다른 순간들에 대해서 알 수 있게 해 준다고 했습니다.
만일 감독이 어떤 신을 보던 와중에 머리를 긁적였다고 하자. 그렇다면, 분명 뭔가가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는 것임이 명확하니 이를 노트에 적어놓는다. 설령 그가 다 보고 나서 “이거 좋네요"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 순간 그의 말과 감정 사이엔 숨겨진 불협화음이 존재한다.
이 샷과 다른 샷을 구분해줄 수 있는 거라면 그게 뭐든 하여튼 뭔가를 적어 놓아야 한다. 비록 당장은 말도 안돼 보이더라도 나중에 노트를 리뷰할 때면 분명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나나"라고 적었다고 해보자. 수개월 후 “아! 바나나! 맞아 그렇지”라며 그 샷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처음'은 오직 한 번만 존재한다. 처음 샷을 보았을 때의 그 느낌을 보존하는 게 중요하다. 바로 그게 관객이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감정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노트를 하면서 가장 안 좋은 건 그냥 “좋다" 혹은 “안 좋다"라고 쓰는 일이다. 이건 도움이 전혀 안 된다. 게다가, 지금은 좋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석 달 후엔 정확히 딱 필요한 것일 수 있다.
<월터 머치와의 대화> 중 <지옥의 묵시록> 섹션에서 당신은 “에디터의 임무 중 하나는 영화의 가장 작은 디테일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테마들 속에 자신을 완전히 빠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자기가 그동안 작업한 다른 영화 포스터들을 붙여 놓은 편집실을 보면, 그저 좀 자기 자랑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왜 그러는지는 이해한다. 편집실을 자기 집처럼 편안하게 만들고 싶고, 또 그 영화들을 작업하면서 좋은 시간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지금 작업하는 작품에서 느끼는 불안함을 잠재우려는 이유다.
나는 대신에 지금 내가 작업하는 영화의 모든 신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꼽은 후, 그 순간의 모든 앵글을 프린트한 패널을 벽에 붙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언제나 편집 중인 영화를 컴퓨터를 통해 보거나, 아니면 그 영화의 수십 혹은 수백 개의 스틸 이미지를 보게 된다. 한 번 그냥 쓰윽 훑어보는 것만으로 영화 전체, 전체 신의 기본적인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방법은 자칫 놓치거나 잊어버릴 수 있는 순간들도 놓치지 않도록 도와준다.
인덱스카드 역시 사용한다. 신마다 다른 색을 사용하는데, 그 신의 감정적 톤에 맞는 색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카드에 그 신을 최대 대여섯 단어로 표현하여 적는다. 이미지는 사용하지 않는다. 신의 중요성에 따라 카드의 크기로 달리 한다. 만일 신이 일종의 터닝 포인트인 경우엔 카드를 45도 각도로 기울여 마치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붙인다. |
|
|
다른 에디터들이 일하는 방식을 보고 놀라곤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줄 수 있을까?
수년 전에 <타이타닉>을 편집한 리처드 해리스와 함께 패널로 어떤 자리에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관객 중 한 명이 그에게 그의 편집하는 방식을 물었는데, 그의 대답은 “신 끝에서 거꾸로 편집한다"였다.
무슨 뜻이냐면, 그는 먼저 신의 마지막 샷을 결정한다. 그러고 나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자, 난 이 신을 샷 A로 끝낼 거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이 샷까지 이르러야 할까?” 매우 특이하면서도 크리에이티브한 방식이다.
디디 앨런은 영상 없이 사운드 만으로 대화 신을 편집했다. 마치 라디오 프로그램을 편집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나서 이걸 어시스턴트 에디터인 리처드 마크스에게 주면, 그가 여기에 영상을 더한 후 다시 디디 앨렌에게 준다. 그럼 그녀가 이걸 기반으로 다시 작업한다.
나는 딱 이 반대로 한다. 사운드 없이 영상만을 보며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상상하면서 편집을 시작한다. 물론 이미 사운드와 함께 데일리스를 보며 노트를 한 상태이고, 게다가 입술 모양으로 대충 무슨 말인지 알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냥 왠지 초기 단계에서는 대화의 소리에 방해받고 싶지 않다. 몸 움직임과 얼굴 표정에 집중하기 위해 나 자신을 의식적으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상태로 만드는 거다.
또한, 편집 시에 사용하는 다이얼로그 트랙은 완성된 트랙이 아니라 촬영 때 녹음된 것이다. 녹음기사들이 물론 최선을 다해 깨끗하게 녹음하지만 현장의 여러 사정으로 다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소리 없는 상태로 편집하면 사운드 믹싱이 최종적으로 끝났을 때 어떤 소리일지 상상하는 게 가능하다.
신을 두세 번 다듬고 나면 소리를 켜고 다시 작업을 하는데, 기대치 못했던 멋진 효과를 발견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예를 들어, 신 후반에 나오는 리액션 샷을 신 앞부분에 썼는데, 그 리액션 샷에 함께 따라온 원래 후반부에 나와야 할 대사와 함께 의외로 멋진 효과를 만들어 낼 때가 있다. 명확하게 잘못된 것들은 당연히 고치지만, 이런 의외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효과들은 최대한 그대로 두려고 한다.
말했다시피 디디 앨런은 나와 정반대의 방법을 쓴다. 편집이 멋진 점은 이렇게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이 존재한다는 거다.
|
|
|
월터 머치의 인터뷰 중 하나를 아래에 공유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한 번 쯤 보시면 좋겠습니다.
|
|
|
|